범 잡겠다고 큰 소리 친 장사
아주 옛날에 문둥병 서방이라고, 성이 백간데.
사람이 원천거 어깨가 굵고 기운이 있고
얼굴이 둥굴둥굴하고 주먹 그튼게 툭툭 튀어
나오고 문둥병 서방이라고 이랬어.그것도 멧해
안됐어.
안주 팔십년 밖에 안돼요.깨금실 방구 뒤에
호래이가 매일 내려와 있단 말이래.
"깨끔실 호래이 잡으러 간다."이랬어.
"니 뭐 가 잡을래?" 카이
"까짓놈의 호래이. 눈 앞에 다글리마,고마
뒤통수 쥐고 태기친다."케.
기운이 그만침 돼.그러면서 내기를 한단 말이래.
옛날에 모여 앉아가주고.
"거 참말로 호래이 있다.방구 뒤에 가만 틀림없
이 호래이가 누워 자이 가서 니 잡을래?"카이
"있기만 있으만 붙잡아가 태기 친다."이러거덩.
내기를 해가주고 잡으러 가는데 깨끔실 골 입새
에 가서 소리를 치는데
"네 이놈 범아, 나온나."고 과물을 내려치니
깨끔실 돌이 둘둘 굴러 내려와.산이 울려
가지고.어떻게 소리가 크던지.기운이 있으이께.
혹여 아지못해,저 영감이 기운은 저케 있는데
범이 앞에와 다글리마 잘못하마 사람이 죽는단
말이래.총을 한 대 가지고 어디로 갔나카만
등잔쏘에, 묏골에. 뫼에 가서 배를 붙이고
엎드려 가지고 이래 건너다 보이, 그 때 구식
총이 멀리 갔단 말이래.건너다 보이 방구가
이래 있는데, 방구 뒤에 호래이가 참말로 네
활개를 벌리고 누워 잔단말이래.골 입새에
드가마 과물을 치이께네, 몇마디 치니까
호래이가 스르르 일나가주 고개를이래 들고
내다보고 고개를 식 수구리고 방구 뒤에
눕는단 말이래."옳다, 호래이 잡는다.보자."
소리를 사무 치고 올라가지고, 소리를 치고
보이 호래이가 눈에 안띈단 말이래. 항글그치
소리를 치면서 싸워 보자고,얼러 나오라고
말이래.묏골에 가서
"네 이놈아.고
딱 들어서가주고 고개를 번쩍 들고 과물을 치니
까 고개를 스윽 내밀고 앞발로 요래가주 어흐응
어흐응 그이, 아,고마 이놈의 소리가 점점 잘어
진다. 냉재는 으흐으흐 그기만 하고.호래이가
다가온다.호래이 앞에서는 과물도 못치고 눈만
딱 불시고 이래.틀림없이 죽느단 말이래.
묏골에서 배를 붙이고할 수 없어.운짐이
다이께네.총을 몇 방 쐈단말이래.그이,호래이
가 뚜리뚜리 살피디 가분단 말이래.호래이가
가분 뒤에 쫓아 가 보이 냇가에 나가 자빠
졌는데 뻐덕뻐덕하더란다. 그 밑에 가서 물을
퍼다가 멕이고 깨웠거든. 깨와가주고,
"범 잡는다디 왜 이렇노?"
"이 사람아, 눈에 안 띌 때는 글티 앞에 오이
소리가 오그래지더라."
그 기운이 있던 영감이 그래 들어와가지고 며칠
일도 못하고, 사람이 숙맥이 돼부렀어.
이야기 임규목 남 당시 79세.
녹취 안동대 안동문화연구소
1990